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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106

작두콩 하나가 작두콩 하나가 문제완 행사장 모퉁이에서 받아 심은 콩알 하나 종이 상자 밀쳐내고 또록또록 눈을 뜬다 막둥이 해말간 눈빛이 들어 올린 저 봄 빛 작두라니, 그런 이름 어떻게 붙여졌나 여린 발자국은 이미 견뎌 냈는지 서늘한 칼바람 한 줄 지나가도 끄떡 없다 2023. 1. 18.
수박 수박 문제완 아내가 막내 뱃을때 저 만큼 둥글었을까 시장을 다녀오며 안고 온 한 덩이 수박 저 속에 막둥이 울음 고스란히 남아있을까 2023. 1. 18.
새, 부호가 되어 새, 부호가 되어 문제완 기러기 울음빛 같은 하늘을 등에 업고 허공을 솟구치며 일렬횡대 엮인 채로 방점을 낱낱이 찍고 나웃나웃 날아간다 논귓물에 머뭇대며 먹이 찾는 두루미들 그 무슨 궁금증에 허리춤 휘어지나 성장통 모질게 앓았나 목이 길어 외롭다 찰랑대는 저 물결이 파문으로 번진 하늘 시 한 줄 내려 받는 놀빛 한 꼭지에 둥글게 춤사위 잇는 가창오리 한 떼 있다 하늘 길 오르내리기 힘든 날도 더러 있어 보금자리 찾아드는 상흔으로 굽은 발톱 먹물 밴 붓대 내리듯 날개를 접고 있다 2023. 1. 18.
보리건빵 보리건빵 문제완 등산 배낭에서 잠이 든 건빵 한 봉지 허허로운 내 한 끼니 허기를 달래려고 기꺼이 제 몸을 부수는 수호 식량 아닌가 오늘은 등 뒤에서 바스락, 말을 건다 가을볕 들판에서 넘실대던 그 한 때를 봉지에 갇혀 있어도 절대 잊지 않았다고 2023. 1. 18.
김치論 김치論 문 제 완 남쪽바다 파도소리 품고 있는 천일염에 열두 폭 치마를 열어 이대로 숨죽이리 아프다 말하지 않고 기꺼이 혼절하리 누가 사는 일이 고추 마냥 맵다 했나 비리고 짠 젓갈이라 한사코 외면 했나 서로가 어우러져야 깊은 맛도 배는 것을 묵은 지 한 그릇에 내 나이를 얹고 보니 옹기 속에 고여 있는 국물 같은 내 사랑이 붉어서 더 울지도 못할 밥상위에 찰랑인다 2023. 1. 18.
거미의 식사 거미의 식사 문제완 가을이면 거미들은 산란의 꿈을 꾼다 숨어 든 텃밭 그늘 날선 눈빛 번뜩이고 음습한 위장 분위기 씨줄날줄 엮는다 얽히고설킨 의혹들이 줄마다 도사리고 허공에 곧추 처진 감질난 허기 같은 신께서 허락하셨나 그물망이 좁혀진다 팽팽한 긴장 속에 촉수가 꿈틀댄다 나뭇잎에 숨어 있다 한 순간 달려드는 저 목젖 탐닉에 빠져 승천하는 벌 한 마리 2023. 1. 18.
남은 밥 좀 남은 밥 좀 -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 부음에 부쳐 문제완 남은 밥 좀 주오 어느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 죽기 전, 이웃에 남긴 서러운 '한 마디'다 다이어트 못해 난리인 군상들과 기름끼 낀 나의 뱃살이 미안해 진 점심시간이다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그리고 창피한 밥과 김치의 구걸은 자존심 보다 먼저다 예술은 사람들의 영혼을 살 찌우는데 그의 예술은 죽음으로 가는 배고픔이 되다니, 감동의 영상을 그려 내던 배고픈 작가 밥 보다 더 푸진 그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와 같이 묻힌 은하수 공원에 그의 묘지는 배라도 부른 모양이면 좋겠다 '5타수 무안타'라는 서러운 별명이 배부른 우리들에게 만월滿月되어 떠오른다 [작성] 2011-02-08 11:50:04 2023. 1. 3.
정호승 시인 초청 특강 (제목 : 사랑하다 죽어 버려라) 정호승 시인 초청 특강 (제목 : 사랑하다 죽어 버려라) 0 장소 : 광주 북구 평생학습문화센터 0 일시 : 2009. 11. 3(화) 오후 4시 0 주최 : 광주광역시 북구 / 주관 : 광주.전남작가회의 정호승 시인 특강 요약 ☆ 특강 요약 내용은 필자의 이해에 도움을 위해 남긴 것으로, 기록 상 오류가 있을 수 있음 ★ [내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 나팔꽃 한쪽 시력을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특강 내용] 시는 침묵이다. 시는 삶 속에서 무수히 숨어 있다. 시인은 이러한 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이란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존재다. 살아 생전 친분이 남 달랐던 정채봉 선배(.. 2023. 1. 3.
소주 소주 문제완 네게 나를 내보인다 네가 나를 알아챈다 식구들 잠든 사이 홀로 앉아 기울이는 지천명 벅찬 목숨이 잔속에 일렁인다 2023. 1. 2.
손톱 손톱 문제완 같은 피 같은 살인데 너는 참 의연하다 손톱 밑 거스러미 살을 에듯 아픈 이 밤 묵묵한 너의 속내를 가눌 길이 없구나 조금씩 자랄 동안 아무런 내색 없이 싹둑, 잘라내도 그 또한 반응 없이 한 몸을 나눴음인데 헤아리지 못하네 2023. 1. 2.
로봇 청소기 로봇 청소기 문제완 아침부터 팔순 노모 청소기를 쫓아다닌다 “올치 올치, 힘내 힘내 아야 거긴 가덜 말고“ 아이쿠, 내가 하고 말지, 말귀 몰라 안되겠다 2023. 1. 2.
돈 문제완 서너 번 접히고 접혀 허리께가 자근자근 세상의 숫자 모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유혹이 꿈틀거리며 넌지시 건너온다 인간사 밀물지는 저녁 귀가 길에 세종도, 아들 율곡도 굽어보는 신사임당 자꾸만 주머니 속에 위인들을 가둔다 202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