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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106

각질의 세월 각질의 세월          문제완  그리움달로 뜨는당산나무 구새 먹고 골 패인낡은 삭신도골병으로 늙었다 매미도같이 잠들었다까무룩 허방이다 2015 한국문학인(한국문협) 여름호 2024. 4. 29.
역광逆光 (시조) 역광逆光              문제완 검붉게 타고 있는덕곡리 서녘 하늘 햇덩이 지다말고눈길 한 번 주고 간다 비킨 듯 누운 소나무그 강변은 수묵화다 실루엣을 만들던황혼을 바라보니 슬픈 구도 그늘이신음처럼 늘어져 들판에 늙은 농부를시실시실 진맥한다 2024. 4. 29.
별호(別號)의 변(辯) 별호(別號)의 변(辯) 문제완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몇 개의 이름을 가지고 살까? 호적에 오른 이름과 족보의 이름은 다를 수 있고, 자기 이름이 촌스럽거나 마음에 들지 않다고 개명하는 이들도 종종 본다. 어린 아기 때 애칭으로 불러주던 아명과 임금이나 정승 등에게 사후에 붙여주는 시호라는 것도 있다. 또한 연예인의 예명과 직장이나 직업에 따라 붙여지는 직명도 있을 터이다. 나의 경우, 본명은 하나이나 별호는 꽤 많았다. 한국동란과 여순반란사건의 수난이 겹친 곳이 고향이었고, 먼저 간 손위 형과 누나가 둘 있었다. 그런 탓에 늦자식이 무탈하게 오래 살라는 뜻으로 부모님은 외가 성인 ‘장’과 장수의 상징인 바위의 사투리인 ‘바구’를 붙여 별명으로 불렀다. 그러나 나는 어릴적에 이 ‘장바구’라는 별명이 죽도록.. 2024. 4. 29.
대나무 ; 이승현 대나무 이승현 그 어떤 시련에도 꿋꿋이 산 아버지처럼 하늘에 안겨야 한다 바람도 안아야 한다 마디는 굵어지지만 속은 더욱 환하다 (『나래시조』2013. 봄호 ) (작품 읽기) 문제완 시조 잡지가 문 밖을 서성이다 안 방으로 들어 왔다.앞 쪽에 2013년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에 대해 정용국 시인의 논설이 먼저 눈길을 끈다 나래시조에는 단시조들이 앞 줄에 단아하게 앉아 있다.그 중 이승현 시인의 '대나무'가 '초대 없는 손님처럼' 가슴께로 다가 온다. 첫 행에서, 삶의 질곡을 올곳하게 헤치며 살아 낸 여느 아버지 모습이 나의 삶과 오버랩 되면서 시의 길을 내고 있다. '하늘에 안겨야' 하는 수용적 삶의 여생과'바람도 안아야' 하는 포용적 자연 순화 과정이 거창하게도, 율곡 선생의 과거 급제작 "천도책天道策".. 2023. 12. 25.
사직공원에서 만난 시조와 선비 정신 사직공원에서 만난 시조와 선비 정신 문제완(시조시인, 사진작가) 광주광역시는 문화 수도이며 그 중심은 남구에 있다. 광주를 상징한 각종 문화 유적지가 산재하고, 나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사직단과 경찰충혼탑이 사직공원 있다. 또한 광주문화재단과 시민회관, 광주향교가 있는 광주공원에서는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다. 사직공원은 사직동과 양림동을 걸쳐 있으며, 무등산을 마주한 고즈넉한 언덕에 자리한다. 가을이 짙어진 11월 하순, 붉고 노란 단풍이 아직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낙엽이 뒹구는 산책로는 운동하는 시민들과 나들이 온 어린이집 아가들이 선생님의 손길에 이끌려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여유로운 공간이다. 이 곳 사직공원은 시조와 궁합이 잘 맞나 보다. 조선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 2023. 10. 18.
통장의 언어 통장의 언어 문제완 요즈음 일상은 추억들 들춰보기 파쇄 직전 통장 안을 오가던 사연들이 빠끔히 통장 속에서 무심코 나를 본다 입출금 내력을 일기처럼 읽어본다 원금에 이자까지 소문에 풍문까지 속엣말 행간에 박혀 마디마다 눈물 꽃 2023. 8. 17.
꽃잠 꽃잠 문제완 오늘이 팔딱 뛰어 추억으로 가는 밤 일렁이던 꿈 자락에 내 청춘을 얹혀본다 사랑의 꽃망울 터질지 꿈결 바다 환하다 2023. 8. 17.
171111 지리산 종주기縱走記 (수필) 지리산 종주기縱走記 문제완 등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산책하듯 뒷산을 오르기도 하고, 우리나라 한국의 등뼈 같은 백두대간 산맥을 오르내리는 이도 있다. 또 하루나 이틀 이상 걸리는 지리산 같이 높고 긴 코스에 많은 산봉우리를 넘는 종주도 있다. 보름이나 한 달 이상 걸리는 둘레길과 다양한 트래킹 코스를 답사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친구들과 모임은 시월 중순이었다. 2차를 가볍게 하자는 누군가의 꼬드김에 친구들 모두 끌려(?)간 자리에서, 누군가가 취기에 ‘우리 이제 나이가 육십 중반이 되니 이참에 지리산 종주 한 번 가자’는 의견에 모두 지리산 종주에 동의했다. 11월 8일을 D데이로 잡고, 출발을 위해 대피소를 예약하고 배낭과 짐을 꾸렸다. 광주에서 구례까지 직행버스를 이용했다. 구례에서 성삼.. 2023. 6. 5.
무월(舞月)마을, 판순 씨 무월(舞月)마을, 판순 씨 문제완 촌구석에 누가 오나 적적한 마을 초입 개하고나 말을 걸까 사람 구경 힘들어 저녁답 어둠이 깔린다 옹색한 맘 짙어진다 이장 집 장독대에 감꽃 몇 개 떨어지고 시엄씨 시집살이 옹색한 살림살이 달빛이 춤을 추는 곳 판순 씨 깊어진 밤 2023. 4. 9.
김완수 시조집 '테레제를 위하여' 추천사 테레제*를 위하여 김완수 연인의 이름에서 콕 빠진 철자처럼 사랑을 까닭 없이 놓쳐 버린 베토벤은 피아노 건반 사이를 서성거렸을 테지 마음에서 멀어지는 소리도 듣기 싫어 두근대는 청각은 먹먹하게 닫아 놓고 반음을 오르내리며 망설였을 베토벤 테레제와의 추억을 손마디로 더듬다가 어렴풋한 고백은 론도*로 되짚었겠지 악보는 슬픔에 갇혀 눈물로 악필이 되고 단조의 짝사랑은 이백 년 선율로 흘러 누구나 악보를 펼쳐 따라 앉아 보지만 소리 내 흉내 낼 수 없는 테레제를 위하여 (추천사) 시인의 시선은 소외된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늘진 세상은 ‘궁색한 폐지의 삶’이거나 ‘인적 잃은 마을’이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해 핍진한 이들은 눈물과 한숨으로 사회에서 뒷자리에 머물고 있다. 고달픈 삶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고독사에 누군.. 2023. 3. 10.
양말의 기억 양말의 기억 문제완 나의 장인 폰암 씨, 이장移葬하던 시월 윤달 나무의 실뿌리가 끼어든 발가락에 한 켤레 검정 양말이 오십년을 견뎠다 낡은 흙집 아랫목에 내리꽃힌 눈빛들이 그 발은 따뜻했나 터진 실밥 더듬는다 묏등과 산허리에는 그렁그렁 가을이다 2023. 3. 10.
고구마 고구마 지린 문학 세상/지린 삶의 글 2009-05-02 21:05:30 고구마 智麟 문제완 겨울이 되어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달고 맛있는 군고구마 생각이 난다. 두 손을 호호 불만큼 추운 날에도 어김없이 골목길 어귀에 등장하는 군고구마 장수, 퇴근길에 큰 드럼통으로 만든 고구마 구이통에서 구수하고 알맞게 구워진 군고구마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큰 선물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하게 봉지를 건네면 무척이나 반겨하던 아이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입천장을 데는 줄도 모르고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먹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끼니 걱정하는 집이 거의 없지만, 아니, 비만 걱정에 무엇을 먹더라도 칼로리 계산부터 하는 시대가 되었으나, 내 어릴 적 시절에는 주식으로 고.. 2023.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