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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186

하늘 소풍 하늘 소풍  문제완  1무등산 밝아온다온 세상 잠을 털고 환하다, 서석대엔 미명이 스며든 채  하늘문 여는가 보다적막강산 밝아온다  2설악산 천불동 계곡계류따라 걷다보니 선녀가 하늘 오른비선대 암벽 있다 하늘에 밧줄 매단 목숨대롱대롱 매달렸다 2024. 11. 22.
겨울 나목 겨울 나목 문제완  지난 여름 문실문실녹색 몸짓 기억할까 강물을 끌어 올려온몸 가득 물오르던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잎잎들 어디 갔나  어두움 풀어지는영산강 두물머리 옷 벗은 빈가지알몸 된 나목이 새벽녘부스스 잠 깨어강물 소리 듣는다 2024. 11. 22.
계시를 알아채다 계시를 알아채다 문제완  어둠이 깊어지니 새로운 길 보인다나는 혼자 섬벅한 눈물길 닦으면서 동굴을 벗어나려고벽면을 더듬었다  통곡, 선명해져 싱그러운 이별이다오늘은 도둑처럼 하늘 계시 읽는다 장례차 지나는 행렬 위허공엔 새가 난다 2024. 11. 22.
감자 껍질 벗기며 감자 껍질 벗기며 문제완  1씨눈이 싹이 되어하늘문을 열었다 둥글게 밀어 올린감자가 숨을 쉬자 목울대 가득 차오른하얀 침묵 보인다 2땀범벅 엄니 얼굴폭염에 그을렸다 그을려 숯뎅이 된 가슴은 묵묵하다  흙 속에 어둠 세상인감자 엄니 그립다 2024. 11. 22.
어깨에 자리한 것 어깨에 자리한 것 문제완  소싯적에 지게의 신경질적짓눌림이 노년의 온 삭신에이제 다시 내려앉아 어깨에 충돌 증후군,묵음의 비명이다 2024. 11. 22.
궤적軌跡의 저편 궤적軌跡의 저편 문제완  1별빛이 길을 내듯 창공에 별 흐른다  적막의 우주에선생채기가 나는지  상흔의 길을 내고 있다혈맥을 따라 가며   2어릴 적 자주 건넌회룡리 징검다리 냇가에 놓인 돌팍내 발길 얹혀두면 점점점 길이 열린다소실점 그 점 따라 2024. 11. 22.
역입逆入 역입逆入 문제완  가다 말고 휙 돌어선 첫사랑 그녀처럼 팽팽한 긴장감에뼈를 세운 붓끝이 송곳눈 슬며시 피해자리잡네, 사리살짝  가시 돋친 필봉 위로 튕기는 기운 돌아 먹물을 듬뿍 묻혀굴리다 뒤집으면 화선지 위에선 먹울음저항이다, 멈춰선 채 2024. 11. 22.
소리가 겹치다 소리가 겹치다  문제완  초록의 오선지에 땅속 울림 전해진다 바이올린 선율들이 낙엽처럼 포개진다 베토벤 전원에 새소리냇가에 시내물소리   팀파니 사자후에 천둥 벼락 가득하다폭풍이 지나가자 인간 세상 평온하다 계곡에 맑은 물소리어깨춤에 웃음소리 2024. 11. 22.
낡은 시간들 낡은 시간들 문제완  그늘로 이어온 듯 되새김 한 골목 있다  허공에 외줄 타듯 살아온 삶먹먹하다 빛바랜세월을 살았듯 내 생애는덤덤하다 2024. 11. 22.
장마전선 장마전선 문제완  지붕에 뚫린 틈새 빗물이 스며드네 궁핍한 기억에서아픔을 소환한다 바라 본 하얀 벽지에허기가 배어있다  빗물 튀는 양철 지붕 피 토하듯 울부짖네 하늘의 눈물인가쟁여 둔 통곡있다 울음은시작되었으나슬픔에는 답이 없다 2024. 11. 22.
맨발 걷기 맨발 걷기 문제완  1천둥이 남긴 죄목 지구가 접수한다 내 몸에 과전류를 발꿈치로 내보내며맨발로 걸어가는 것 땅속 세상 더듬는 일  2황혼에 해가 진다, 진달래꽃 붉디붉다  별들이 초승달을 까치발로 마중할 때산 마루 붉은 해넘이 해 걸음 멈춘 거여 2024. 11. 22.
눈칫밥 눈칫밥 문제완  추석 대목 광한루 연지에 비단잉어땅꼬마 손에 들린 기다리던 그 모이 허기진 입들이 열린다투하를 기다린다 득시글한 잉어 틈새 입 보탠 오리들물갈퀴는 멈추고 목구멍이 열린다 그 손이 첨벙 떨군 인심에제 몸 채운 눈칫밥 2024.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