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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손톱 문제완 같은 피 같은 살인데 너는 참 의연하다 손톱 밑 거스러미 살을 에듯 아픈 이 밤 묵묵한 너의 속내를 가눌 길이 없구나 조금씩 자랄 동안 아무런 내색 없이 싹둑, 잘라내도 그 또한 반응 없이 한 몸을 나눴음인데 헤아리지 못하네 2023. 1. 2.
로봇 청소기 로봇 청소기 문제완 아침부터 팔순 노모 청소기를 쫓아다닌다 “올치 올치, 힘내 힘내 아야 거긴 가덜 말고“ 아이쿠, 내가 하고 말지, 말귀 몰라 안되겠다 2023. 1. 2.
돈 문제완 서너 번 접히고 접혀 허리께가 자근자근 세상의 숫자 모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유혹이 꿈틀거리며 넌지시 건너온다 인간사 밀물지는 저녁 귀가 길에 세종도, 아들 율곡도 굽어보는 신사임당 자꾸만 주머니 속에 위인들을 가둔다 2023. 1. 2.
울컥 울컥 문제완 실컷 울고 싶은 사람 뺨이나 갈기듯이 술집 간판 ‘울컥’속에 벌컥도 들어 있다 담장 위 함박눈 내려 컥컥하게 자리 한 날 머리에 희끗희끗 쑥 잎이 피는 동안 설움이 와락 안겨 목울대를 울릴 동안 국밥에 떠도는 기름도 눈치 보는 시간이다 남은 한 잔까지 모두 비워 알근한데 식은 안주 젓가락질 허공만 걸려든다 목젖에 가시 박히듯 알싸한 그 밤중에 2023. 1. 2.
미혹迷惑하다 미혹迷惑하다 문제완 푸른 신호등에 당당했던 나의 걸음 비보호 도로에서 방향을 헛짚는다 지금은 점멸등이다 지나갈까, 멈출까. 2023. 1. 2.
곡비哭婢 곡비哭婢 문제완 제 설움을 얹혀가며 목을 놓고 있는 여자 먹물 밴 울음자락 혼백을 올려놓고 청산이 다 젖어들도록 울음 길을 내는 여자 그제야 맏며느리 눈물샘이 열리는지 지아비 등 뒤에서 슬픔을 풀어내고 한 생이 스러진 자리 하늘 길도 염斂을 한다 2023. 1. 2.
봉선동 할머니 봉선동 할머니 문제완 이른 새벽 어둔 골목 박스 줍는 저 할머니 그 한 때 청초함은 누가 챙겨 가버렸나 청자골 푸른 오이는 박스만이 나 뒹군다 굽어지고 관성 잃은 허리춤이 허허롭다 홀몸으로 출세시킨 오남매를 두었어도 주름진 이맛점에 묻는 밭은 한 숨 한 자락 2023. 1. 2.
퇴직 이후 퇴직 이후 문제완 촘촘히 씨줄날줄 엮어가는 생각들이 한 순간 휘청댄다 눈 앞 가득 흐린 안개 하루 해 길기도하다 오가는 이 하나 없다 2023. 1. 2.
장터골목 장터골목 문제완 능주골 시골 장터 새벽이 소란하다 간밤에 무리 졌던 어둠을 물려내고 부스스 단잠 털어낸 여명의 말간 속 살 어머니, 밝은 귀에 오일장은 눈은 뜨고 이른 아침 장터 길에 꼿꼿하게 세운 어깨 허리춤 비친 속살에 돈 주머니 얇디얇다 삶이란 다 이런 거, 장돌뱅이 하루 같은 국밥집 헐렁한 국물 한 그릇 다 비우고 촌부는 허기를 달래듯 빈대떡을 붙여낸다 2023. 1. 2.
짬짜미 짬짜미 문제완 내 속에 숨어 있다 마음을 훔치는 말 길을 걷고 산을 타고 바쁜 일 와중에도 슬며시 눈치를 보다가 깨방정을 떨고 있다 허접한 내 일상을 슬쩍 낚아채는 여울목 물결처럼 비포장 버스처럼 오늘도 다녀가신다 초라니 몸짓으로 2023. 1. 2.
미필적 고려장 미필적 고려장 문제완 어머니 웅얼웅얼 과거를 뒤척이다 서러운 세월 속을 거꾸로 잘도 든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오랜 날을 방치해 둔 흐려진 시력으로 허공을 바라보다 낯설게 낡아가는 원반에 갇히었나 감금된 한 생의 울음, 옹알이로 풀렸다 비명조차 삼켜버린 마침표 하나 찍고 헛기침 터를 잡는 구석진 허방다리 옹글게 쟁여진 말씀, 달맞이꽃 피어난다 2023. 1. 2.
물수제비 물수제비 -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 문제완 주류主流가 아니어도 좋다, 노래할 수 있다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이 모여 있다면 홍대 앞 지하카페에 은파 타는 현의 선율 오동나무 나이테가 파문을 일으키고 간지럼이 극에 닿자 총총 뜨는 물수제비 공명共鳴이 둥글게 이는 희유곡이 귀로 운다 스물다섯 줄에 달린 무채색 신명 같은 가락의 상류쯤에 악기가 된 사람 있어 학슬*에 여민 울음이 진양조로 넘는다 *학슬 : 가야금 몸통에 색사를 감아 줄을 고정하는 틀, 모양이 학의 무릎을 닮아 붙여진 이름 202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