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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지린 산문

사직공원에서 만난 시조와 선비 정신

by JIRIN 2023. 10. 18.

사직공원에서 만난 시조와 선비 정신

문제완(시조시인, 사진작가)


  광주광역시는 문화 수도이며 그 중심은 남구에 있다. 광주를 상징한 각종 문화 유적지가 산재하고, 나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사직단과 경찰충혼탑이  사직공원 있다. 또한 광주문화재단과 시민회관, 광주향교가 있는 광주공원에서는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다.
  사직공원은 사직동과 양림동을 걸쳐 있으며, 무등산을 마주한 고즈넉한 언덕에 자리한다. 가을이 짙어진 11월 하순, 붉고 노란 단풍이 아직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낙엽이 뒹구는 산책로는 운동하는 시민들과 나들이 온 어린이집 아가들이 선생님의 손길에 이끌려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여유로운 공간이다.
  이 곳 사직공원은 시조와 궁합이 잘 맞나 보다. 조선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의 시비(詩碑)는 올곧은 장군의 우국 일념과 충성심이 새겨 있어 오고 가는 이의 눈길을 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갈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31539;)는 나의 애를 끊나니

            - 이순신 <한산섬 달 밝은 밤에> -


  어디 그 뿐인가? 우리 지역 광주 충효동 출신 의병장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시조가 있고, 조선 시대 선비이자 문인인 백호 임제, 노계 박인로, 면앙정 송순과 고산 윤선도의 시조가 공원 이 곳 저 곳에 멋진 시비(詩碑)로 자리하고 있다. 시조가 광주 남구의 문화중심인 사직공원 곳곳에서 숨을 쉬며 옛 선인의 선비정신과 풍류정신을 현대에 살고 있는 후대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삶에 지친 광주 시민들의 심신도 위로해 주고 있다. 

  사직공원 한 켠에 서 있는 면앙정 송순의
작품 하나를 더 감상해 본다. 

풍상(風霜)이 섞어 친 날에 갓피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꽃인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 면앙정 송순 <풍상이 ㅤ썪어 친 날에> -

  면앙정 송순은 전남 담양 출신으로, 명종이 서리와 바람에 어렵게 핀 황국화를 하사하자 고고한 절개를 지키려는 선비정신을 담아 올린 작품이다. 변절을 잘 하는 선비를 복사꽃과 오얏꽃으로, 절개를 황국화로 상징하며 그 둘을 대비하여 멋진 비유를 선보인 것이다.
  시조(時調)는 고려 중기에 생겨났으며, 그 시절을 노래한 곡조란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현대시조’라는 장르로 재탄생하여 많은 시조시인들이 활동하며 선인들의 정신을 이어 오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아픔을 풍류로 승화시키는 시대정신을 담아오고 있는 장르이다. 
  사직공원에는 이수복의 <봄비>, 박봉우의 <조선의 창호지>이란 자유시 시비가 있고 건너편 호남신학교 교내에는 다형 김현승의 시비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자산공원 주변에서 시비를 많이 발견할 수 있으니 ‘시 공원’이 따로 없다.
  필자는 2012년 7월에서 9월까지 광주광역시 남구문화원이 주최한 금당문화대학 <역사문화 교육> 과정을 수강했다. 사직공원은 교육내용에 있는 의로운 남도문화와 풍류정신에 대한 현장 교육의 장으로 사직공원과 양림동을 자주 찾는다. 사직공원과 양림동은 정율성 작곡가와 김현승 시인의 음악과 문학이 발현한 곳이기도 하다. 
  시조가 숨 쉬고 있는 광주의 심장 사직공원에 가보라. 과거와 현대가 역사적 맥락을 같이 하며 시대정신의 맥을 잇고 있을 것이다. 시조 문학이 선비정신과 다름 아니며, 역사를 이끄는 큰 힘이 된다. 선인들이 남긴 시조작품에서 은유적 메시지는 무엇인지 공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광주광역시 남구 2012년 문화금당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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