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제*를 위하여
김완수
연인의 이름에서 콕 빠진 철자처럼
사랑을 까닭 없이 놓쳐 버린 베토벤은
피아노 건반 사이를 서성거렸을 테지
마음에서 멀어지는 소리도 듣기 싫어
두근대는 청각은 먹먹하게 닫아 놓고
반음을 오르내리며 망설였을 베토벤
테레제와의 추억을 손마디로 더듬다가
어렴풋한 고백은 론도*로 되짚었겠지
악보는 슬픔에 갇혀 눈물로 악필이 되고
단조의 짝사랑은 이백 년 선율로 흘러
누구나 악보를 펼쳐 따라 앉아 보지만
소리 내 흉내 낼 수 없는 테레제를 위하여
(추천사)
시인의 시선은 소외된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늘진 세상은 ‘궁색한 폐지의 삶’이거나 ‘인적 잃은 마을’이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해 핍진한 이들은 눈물과 한숨으로 사회에서 뒷자리에 머물고 있다. 고달픈 삶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고독사에 누군가는 무관심으로 침묵하지만, 시인은 ‘삶이란 휘날리는 갈잎처럼 손 터는 것’이라고 가난이 빚은 슬픔을 위로한다.
시인의 마음은 항상 각박함에 닿아 있다. 반지하에 살다 세상을 등진 세 모녀에게 ‘손잡아 주지 못해서 가슴이 메’이고, ‘들여다보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속죄하듯 용서를 구한다. ‘거치신 숨 방 안에 들썽댄’ 어머니가 ‘닳으신 몸’으로 견딘 세월이 모천暮天의 하늘에서 붉디붉다.
김완수 시인은 기교보다 진정성으로 독자를 울컥하게 하고, 역사의 인물에서 현실의 인연까지 따뜻하고 뭉클한 시선을 보낸다.
- 문제완(시조시인)
전북도민신문 기사 :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5166
광남일보 기사 : http://m.gwangnam.co.kr/article.php?aid=16770574914407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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