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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월정(邀月亭)시편 요월정(邀月亭)시편 문제완 마을 터는 음양오행 土자리라 黃이요. 생김새는 굽이굽이 웅비하는 龍의 형상 달 따라 노래 부르니 황룡리 요월인가 한나절 황룡강에 낚시대를 드리우면 남루한 어제 일들 수심만큼 갈아 앉고 가슴 속 닫아둔 창이 열리기도 하는 것을 솔숲이 자리 잡은 저녁 강 어스름에 못다 부른 이름 있어 발걸음 멈춰서면 누군가 별밭을 따라 하늘 길을 내고 있다 2023. 1. 18.
여울목 여울목 문제완 제 발의 물갈퀴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고요히 뜰 수 있는 물오리의 한생처럼 끝없이 소용돌이치는 너 때문에 있는 나 2023. 1. 18.
천년을 꿈꾸다 천년을 꿈꾸다 문제완 천일염과 메주콩이 궁합 좋게 짝을 이뤄 반듯하게 빚어놓은 아랫목의 메주덩이 뜬 메주 담색 틈새가 할머니 주름같다 발효란 애간장이 애원 속에 녹아든 것 종갓집 맏며느리 실한 마음 그도 녹아 속내를 열어 보이듯 곰팡이가 곰실댄다 옹기 속에 들어앉은 맛에도 길이 있어 우엉과 시래기에 삭힌 된장 푸는 아침 아내도 세월을 아는지 손맛이 구수하다 2023. 1. 18.
채찍질 채찍질 문제완 채찍 맞아 붉어지는 팽이를 바라본다 이윽고 저 팽이를 나 인양 바라본다 한 점에 찍힌 중심 축 세상은 원심력이다 너릿재 넘은 아침 무지개 걸린 바퀴 휘감기는 저 바람을 송두리째 밀어내고 자동차 제 길을 간다 동그라미 그리며 누구나 저렇듯이 달리는 재주 있어 누가 또 후려치나 거침없이 붙는 속도 무색한 애년艾年의 나이 멍든 자국 더러 있다 2023. 1. 18.
절대 감속, 안개 지역 절대 감속, 안개 지역 문제완 능주골 지방도로 차 숨소리 높아간다 눈앞을 가리고 있는 희디 흰 수천의 손길 찻길이 휘어지는 곳, 복사꽃도 잠긴다 고지서 날아들 듯 감속 안내 표지판에 닦을수록 흐려지는 물방울이 고여 들고 갈대 숲 우거진 강물이 실타래로 풀린다 바람에 묻는 길이 계면조 같은 나날 사방천지 가늠 못해 엎드려 울던 이력 이제야 희미하게 뵈는 지금 내가 저렇거니 2023. 1. 18.
작두콩 하나가 작두콩 하나가 문제완 행사장 모퉁이에서 받아 심은 콩알 하나 종이 상자 밀쳐내고 또록또록 눈을 뜬다 막둥이 해말간 눈빛이 들어 올린 저 봄 빛 작두라니, 그런 이름 어떻게 붙여졌나 여린 발자국은 이미 견뎌 냈는지 서늘한 칼바람 한 줄 지나가도 끄떡 없다 2023. 1. 18.
수박 수박 문제완 아내가 막내 뱃을때 저 만큼 둥글었을까 시장을 다녀오며 안고 온 한 덩이 수박 저 속에 막둥이 울음 고스란히 남아있을까 2023. 1. 18.
새, 부호가 되어 새, 부호가 되어 문제완 기러기 울음빛 같은 하늘을 등에 업고 허공을 솟구치며 일렬횡대 엮인 채로 방점을 낱낱이 찍고 나웃나웃 날아간다 논귓물에 머뭇대며 먹이 찾는 두루미들 그 무슨 궁금증에 허리춤 휘어지나 성장통 모질게 앓았나 목이 길어 외롭다 찰랑대는 저 물결이 파문으로 번진 하늘 시 한 줄 내려 받는 놀빛 한 꼭지에 둥글게 춤사위 잇는 가창오리 한 떼 있다 하늘 길 오르내리기 힘든 날도 더러 있어 보금자리 찾아드는 상흔으로 굽은 발톱 먹물 밴 붓대 내리듯 날개를 접고 있다 2023. 1. 18.
보리건빵 보리건빵 문제완 등산 배낭에서 잠이 든 건빵 한 봉지 허허로운 내 한 끼니 허기를 달래려고 기꺼이 제 몸을 부수는 수호 식량 아닌가 오늘은 등 뒤에서 바스락, 말을 건다 가을볕 들판에서 넘실대던 그 한 때를 봉지에 갇혀 있어도 절대 잊지 않았다고 2023. 1. 18.
김치論 김치論 문 제 완 남쪽바다 파도소리 품고 있는 천일염에 열두 폭 치마를 열어 이대로 숨죽이리 아프다 말하지 않고 기꺼이 혼절하리 누가 사는 일이 고추 마냥 맵다 했나 비리고 짠 젓갈이라 한사코 외면 했나 서로가 어우러져야 깊은 맛도 배는 것을 묵은 지 한 그릇에 내 나이를 얹고 보니 옹기 속에 고여 있는 국물 같은 내 사랑이 붉어서 더 울지도 못할 밥상위에 찰랑인다 2023. 1. 18.
거미의 식사 거미의 식사 문제완 가을이면 거미들은 산란의 꿈을 꾼다 숨어 든 텃밭 그늘 날선 눈빛 번뜩이고 음습한 위장 분위기 씨줄날줄 엮는다 얽히고설킨 의혹들이 줄마다 도사리고 허공에 곧추 처진 감질난 허기 같은 신께서 허락하셨나 그물망이 좁혀진다 팽팽한 긴장 속에 촉수가 꿈틀댄다 나뭇잎에 숨어 있다 한 순간 달려드는 저 목젖 탐닉에 빠져 승천하는 벌 한 마리 2023. 1. 18.
밀재 운해 2023.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