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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지린 산문

인생 스케치

by JIRIN 2024. 10. 14.

인생 스케치

문제완

 

어릴적 추익이 새롭다. 철없던 초등학교 1학년에 갓 입학한 어린 시절에 담임 선생님이 "내일은 학교 올 때 도화지 한장씩 가져와라."하자 나는 "네~~~"하고 집으로 왔다. '어무니! 선상님이 내일 도야지 가져오래."하자 옆에 있던 이종 누나가 "응? 도야지? 돼지?"하자 나는 "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 이후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 도야지는 계속 나를 쫓아 다니며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인 70년대 초인가 보다. 그 때 유명한 모 제과회사 과자에는 시금치를 많이 먹어 팔뚝이 유난히 굵어졌다는 뽀빠이 그림이 유명했다. 공부할 때 쓰던 백지에 볼펜으로 뽀빠이를 스케치를 해 놓고 많이 닮았다고 스스로 대견해 하던 추억이 있다. 이 스케치 그림은 지금도 나의 추억노트에서 잠들고 있다. 

  얼마 전 교육방송 TV에서 호주에 사는 남자 노인이 퇴직 후 유화 그리기에 도전하여 전문가 수준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을 봤다. 그리고 한 영국 여성은 엄격한 부모 밑에서 20세까지, 기성품 같은 60세까지 가정생활을 뒤로하고 과감히 자유인을 선언하여 홀로 살면서 유명작가가 되기도 했다. 인생은 자유로운 정신 마당에 예술적 꿈나무를 심으면 윤기 흐르는 멋진 인생으로 그려지지 않을까요. 

   문예창작이라는 '글쓰기'와 '사진예술'에 빠져 거기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재미가 있다. 요즈음은 한 가지를 더해 옛 추억이 담긴 미술을 추가하여 한 줄기에 놓아두고 연결놀이를 즐긴다. 줄기를 잡으면 세 장르가 같이 뽑혀 나오기도 하고, 냄비에서 콩 튀듯 오손도손 같이 놀기도 한다.  

  이런 나를 두고 누군가 가까운 친구들의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너무 욕심이 많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여러 가지를 벌리기를 좋아한다.' 등 한다고. 인생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 하지 않던가. 문학이라는 튼실한 줄기를 키우기 위해 사진과 미술을 뿌리 삼아 열매를 기다리는 재미를 누가 말릴 것인가.   

  평소 문학과 그림사이에 사진이 있다고 나만의 지론을 펴곤 한다. 아니 사진을 포함한 세 장르는 공통점이 너무 많다. 예컨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적이면 의미가 별로이고, 작은 곳에서 확대가능한 특수성을 찾아야 주목을 받고 감동의 밑거름이 된다. 구도는 안정적이면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을 가져야  한다. 색상과 명암은 감각적인 차원에서 조화롭게 잘 활용되어야 맛깔스럽다. 

  진동선 사진가는 그의 저서에서 '시인에게 사진은 매혹적인 언어였다.'라고 말하고, 화가 만 레이는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은 사진으로 찍고,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것은 그림으로 그린다.'라고 한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 사진과 그림으로 할 수 없는 것은 문학으로 그릴 수 있다고.

  사진가가 일반 소재에서 작품으로 담아내는 '카메라 아이'가 필요하 듯 그림에서도 낯설게 보기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연필 인물화에 이어 파스칼이나 물감으로 수채화나 유화를 화폭 가득히 그려진 상상을 하면 잠을 자다가도 빙그레 웃음이 머금어진다. 자연을 데생하고 인생을 아름답게 스케치하여 무지개 같은 물감으로 완성하는 것이 허황된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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