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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지린 자유시

산그늘 아래

by JIRIN 2022. 11. 13.

산그늘 아래

 

용수동 하늘빛 밝은 곳에

산역꾼들이 작업해 놓은 묘지 하나

먼저 점령한 주검들 사이에

새치기하듯 낀 묏자리

검은 상복 입은 유족들은

인연의 끝을 잡고 애절함을 쌓는다

 

장례 집행자의 준엄에 따라

고인으로부터 가까운 서열대로

검은 흙 한 삽씩 유골함에 내려놓는다

작별의 눈물방울을 영수증인 양

사각형 흙집 사이에 떨어뜨리고

자식들은 구둣발로

둥그런 흙집을 완성했다

 

침묵이 된 고인을 부르는 목소리

낮달같이 소리 없는 울음이 된다

영정사진 겹주름에 작별 인사 남긴 유족들

산 그림자가 길어진 잿길을 나선다

 

능선에 선 소나무 몇 그루

침묵으로 묘지를 울컥 덮는데

하늘에 뭉게구름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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