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 아래
용수동 하늘빛 밝은 곳에
산역꾼들이 작업해 놓은 묘지 하나
먼저 점령한 주검들 사이에
새치기하듯 낀 묏자리
검은 상복 입은 유족들은
인연의 끝을 잡고 애절함을 쌓는다
장례 집행자의 준엄에 따라
고인으로부터 가까운 서열대로
검은 흙 한 삽씩 유골함에 내려놓는다
작별의 눈물방울을 영수증인 양
사각형 흙집 사이에 떨어뜨리고
자식들은 구둣발로
둥그런 흙집을 완성했다
침묵이 된 고인을 부르는 목소리
낮달같이 소리 없는 울음이 된다
영정사진 겹주름에 작별 인사 남긴 유족들
산 그림자가 길어진 잿길을 나선다
능선에 선 소나무 몇 그루
침묵으로 묘지를 울컥 덮는데
하늘에 뭉게구름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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