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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꽃샘강론 시조집

국수 한 그릇

by JIRIN 2022. 12. 13.

국수 한 그릇 

문제완

순천역 매점에서 옛 친구를 만났다
어느덧 정수리께 진눈깨비 지나가고
덜커덩 철로를 따라 젊은 날도 지나가고

더운 국물 한 사발에 반쯤은 녹인 허기
휘어져 낭창낭창 국수 가락 같은 말이
어둠을 끌어 올리듯 한 세월을 받쳐 든다

삼등칸 옆자리에서 마주친 얼굴 같은
우리 한때 젊은 날의 뜨겁던 그 열기가
한 그릇 막국수를 건너 시나브로 헤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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