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춤2 봉선동 할머니 봉선동 할머니 문제완 이른 새벽 어둔 골목 박스 줍는 저 할머니 그 한 때 청초함은 누가 챙겨 가버렸나 청자골 푸른 오이는 박스만이 나 뒹군다 굽어지고 관성 잃은 허리춤이 허허롭다 홀몸으로 출세시킨 오남매를 두었어도 주름진 이맛점에 묻는 밭은 한 숨 한 자락 2023. 1. 2. 바지랑대 가을 바지랑대 가을 문제완 고달픈 땀방울인가, 높이 올린 바지랑대 텅 빈 가을하늘 오롯이 받쳐 들고 바람에 제 몸을 내놓고 두어 번씩 흔들린다 씨줄날줄 엮여있던 허리춤 흙먼지도 비벼대는 몸짓 따라 땟물로 풀려나고 어설피 옷섶을 돌아 헹굼 물에 감긴다 하얀 뒤태 하나로도 주름살 펴지는 대낮 매듭진 앙금들이 가을빛에 녹아들어 팽팽히 당겨진 줄에 저 먼저 내걸린다 뭉게구름 사이사이 바지가 펄럭일 때 수없이 절망하던 어제 일을 널어 말리면 지나던 여우비도 놀라 햇살 뒤에 숨는다 2022. 12.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