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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 문학/꽃샘강론 시조집

바지랑대 가을

by JIRIN 2022. 12. 28.

바지랑대 가을 

문제완

                       

고달픈 땀방울인가, 높이 올린 바지랑대  

텅 빈 가을하늘 오롯이 받쳐 들고

바람에 제 몸을 내놓고 두어 번씩 흔들린다

 

씨줄날줄 엮여있던 허리춤 흙먼지도

비벼대는 몸짓 따라 땟물로 풀려나고

어설피 옷섶을 돌아 헹굼 물에 감긴다

 

하얀 뒤태 하나로도 주름살 펴지는 대낮

매듭진 앙금들이 가을빛에 녹아들어

팽팽히 당겨진 줄에 저 먼저 내걸린다

 

뭉게구름 사이사이 바지가 펄럭일 때

수없이 절망하던 어제 일을 널어 말리면

지나던 여우비도 놀라 햇살 뒤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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