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린 문학/좋은 시 읽기

와락 / 정끝별

by JIRIN 2022. 12. 8.

와락 / 정끝별


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시인 약력] 정끝별

전남 나주 출생 / 시인, 대학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명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소월시문학상 대상.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유심작품상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외 시선집/평론집 다수

[작품 읽기] 문제완

와락 뒤에 흔히 따라 오는 것이 포옹일 것이다.
요즘 말하는 '프리허그'와는 감정의 깊이가 다르다.
친한 사람을 만나면 아니 반가운 연인을 만나면 와락 안고
안기는 마음이 왜 없겠는가.

'피부 접촉'은 살갗과의 만남이다. 살가운 이름 '살갗'은
모든 애정 표현의 매개체다.
시인의 말에서 '여기 너머의 사랑이다. 돈돈돈스스스돈돈돈
타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SOS(긴급 재난 구조요청)을 한다.
시인은 '나는 너를 그렇게 시라고 부른다'고 사랑을 정의한다.

문학평론가인 권혁웅 시인은 '껴안다'라는 동사에 더부살이 하는
'와락'이라고 하고, 부사로서 존재론적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부사들로 대표된 삶이 있음을 정끝별의 시에서 보았다고 평했다.

시적 화자는 그토록 간절한 '와락'이 '막막한 나락'으로, '입술로
내리치던 벼락'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헐거워진 너의 팔안에서 나는 텅비어 '바람 한 자락'이
된다고 말한다

'지린 문학 > 좋은 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나무 ; 이승현  (0) 2023.12.25
[박해성 시조] 독감  (0) 2022.12.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