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RIN 2022. 11. 5. 10:53

아바타 한 켤레

  

 

잠이 깬 새벽녘에 물끄러미 바라보니

현관 쪽 신발들이 제 멋대로 잠들었다

고단한 입을 벌리고 코를 고는 시늉이다

 

늘 그렇게 아옹다옹 하루를 부대끼다

저들도 가족이라 저녁에 모여들어도

서로가 지나 온 길을 묻는 법 절대 없다

 

오고 가는 내 모든 길 묵묵히 따르느라

굽도 닳고 끈도 풀린 가여운 내 아바타여

부푸는 밤공기를 안고 나처럼 누웠구나

 

※ 제주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