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RIN 2023. 2. 11. 00:08

나무가 되어

문제완

 

산길을 패여 놓는 억센 장대비 속

검은 하늘 가르면서 번개가 긋고 가고

그 결에 벼락이 치니 섶나무가 휘어진다

 

길은 이쯤에서 맥없이 끊어지고

산길을 걷던 사람 하나씩의 나무가 되어

숲 속이 꿈틀거리며 움트는 걸 듣는다

 

한나절을 말도 없이 삼삼오오 너도밤나무

이런 속수무책을 산 능선에 빌어보며

사람이 한없이 약함을 산행에서 배운다